시작하기 전에 — 준비물과 세 가지 기준선
사주를 세운다는 것은 태어난 연·월·일·시를 각각 육십갑자 한 쌍으로 바꾸는 작업입니다. 필요한 것은 양력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각, 그리고 절기 정보가 담긴 만세력입니다. 음력 생일만 알고 있다면 먼저 양력으로 환산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여기서 처음 막힙니다. 사주는 달력을 그대로 옮겨 적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네 기둥은 각각 다른 기준선을 따라 바뀌며, 그 기준선은 달력의 눈금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 기둥 | 무엇이 바뀌는 기준인가 | 달력과 어긋나는 지점 |
|---|---|---|
| 연주(年柱) | 입춘(立春) | 1월 1일도 설날도 아니다 |
| 월주(月柱) | 12개의 절(節)이 드는 시각 | 매월 1일이 아니다 |
| 일주(日柱) | 육십갑자의 연속 순환 | 규칙으로 유도되지 않는다 |
| 시주(時柱) | 자시(子時)의 시작인 23시 | 0시가 아니다 |
아래에서는 1988년 5월 20일 오후 2시(양력, 서울) 출생을 예로 삼아 네 기둥을 한 단계씩 세워 보겠습니다. 각 단계가 끝날 때마다 이 예시가 어떻게 채워지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1단계 · 연주 — 한 해는 입춘에 시작한다
사주에서 한 해의 시작은 양력 1월 1일이 아니고 음력 설날도 아닙니다. 태양의 황경이 315도에 이르는 순간, 즉 입춘(대략 2월 4일 무렵)입니다. 입춘 이전에 태어났다면 달력상의 연도가 무엇이든 전년도 간지를 씁니다.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은 입춘이 날짜가 아니라 시각이라는 사실입니다. 어떤 해의 입춘이 2월 4일 오전 11시에 든다면, 같은 날 오전 9시에 태어난 사람은 아직 전년도 간지이고 오후 1시에 태어난 사람은 그해 간지입니다. 하루 차이가 아니라 몇 시간 차이로 연주가 갈립니다.
연간지를 직접 구하는 법
입춘 보정을 마쳐 사주상의 연도가 정해지면, 그 연도에서 연간(천간)과 연지(지지)를 각각 계산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연간은 연도의 끝자리 하나만 보면 됩니다.
| 연도 끝자리 | 연간(年干) |
|---|---|
| 4 | 갑(甲) |
| 5 | 을(乙) |
| 6 | 병(丙) |
| 7 | 정(丁) |
| 8 | 무(戊) |
| 9 | 기(己) |
| 0 | 경(庚) |
| 1 | 신(辛) |
| 2 | 임(壬) |
| 3 | 계(癸) |
연지는 연도를 12로 나눈 나머지로 정해집니다. 이 나머지가 곧 열두 띠의 순서와 맞물립니다.
| 연도 ÷ 12 나머지 | 연지(年支) | 띠 |
|---|---|---|
| 4 | 자(子) | 쥐 |
| 5 | 축(丑) | 소 |
| 6 | 인(寅) | 호랑이 |
| 7 | 묘(卯) | 토끼 |
| 8 | 진(辰) | 용 |
| 9 | 사(巳) | 뱀 |
| 10 | 오(午) | 말 |
| 11 | 미(未) | 양 |
| 0 | 신(申) | 원숭이 |
| 1 | 유(酉) | 닭 |
| 2 | 술(戌) | 개 |
| 3 | 해(亥) | 돼지 |
2단계 · 월주 — 달력의 달이 아니라 절기가 연다
월주는 사주 세우기에서 가장 오해가 많은 기둥입니다. 태어난 달이 5월이라고 해서 다섯 번째 지지가 오는 것이 아닙니다. 월지는 24절기 가운데 열두 개의 절(節)이 드는 시각을 경계로 바뀝니다. 나머지 열두 개인 중기(中氣)는 계절의 한가운데를 표시할 뿐 월을 열지 않습니다.
월지의 순서는 입춘에서 시작하는 인(寅)월부터입니다. 한 해의 첫 달이 자(子)월이 아니라 인(寅)월인 이유는, 명리학이 계절의 순환을 봄의 시작에 맞춰 끊기 때문입니다.
| 월지 | 여는 절기 | 양력 시기 | 계절 |
|---|---|---|---|
| 인(寅)월 | 입춘(立春) | 2월 4일 무렵 | 봄 |
| 묘(卯)월 | 경칩(驚蟄) | 3월 6일 무렵 | 봄 |
| 진(辰)월 | 청명(淸明) | 4월 5일 무렵 | 봄 |
| 사(巳)월 | 입하(立夏) | 5월 6일 무렵 | 여름 |
| 오(午)월 | 망종(芒種) | 6월 6일 무렵 | 여름 |
| 미(未)월 | 소서(小暑) | 7월 7일 무렵 | 여름 |
| 신(申)월 | 입추(立秋) | 8월 8일 무렵 | 가을 |
| 유(酉)월 | 백로(白露) | 9월 8일 무렵 | 가을 |
| 술(戌)월 | 한로(寒露) | 10월 8일 무렵 | 가을 |
| 해(亥)월 | 입동(立冬) | 11월 7일 무렵 | 겨울 |
| 자(子)월 | 대설(大雪) | 12월 7일 무렵 | 겨울 |
| 축(丑)월 | 소한(小寒) | 1월 6일 무렵 | 겨울 |
월간을 구하는 규칙 — 월두법(月頭法)
월지가 정해지면 월간은 계산으로 나옵니다. 연간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해 인(寅)월의 간지가 정해지고, 나머지 달은 거기서 육십갑자 순서대로 이어집니다. 이 규칙을 월두법이라 하며, 전통적으로 '갑기지년 병작수(甲己之年丙作首)'라는 구결로 외웠습니다.
| 연간 | 인(寅)월의 간지 | 이어지는 순서 |
|---|---|---|
| 갑(甲) · 기(己) | 병인(丙寅) | 정묘 → 무진 → 기사 → 경오 … |
| 을(乙) · 경(庚) | 무인(戊寅) | 기묘 → 경진 → 신사 → 임오 … |
| 병(丙) · 신(辛) | 경인(庚寅) | 신묘 → 임진 → 계사 → 갑오 … |
| 정(丁) · 임(壬) | 임인(壬寅) | 계묘 → 갑진 → 을사 → 병오 … |
| 무(戊) · 계(癸) | 갑인(甲寅) | 을묘 → 병진 → 정사 → 무오 … |
3단계 · 일주 — 만세력을 봐야만 하는 기둥
연주와 월주는 규칙으로 계산됩니다. 그런데 일주만은 사정이 다릅니다. 일주는 연도나 월에서 유도되지 않고, 아주 먼 과거의 어느 하루부터 갑자·을축·병인 순서로 하루에 한 칸씩 육십갑자가 끊김 없이 돌아온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왜 규칙적으로 계산하기 어려운가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60과 한 해의 날수가 딱 떨어지지 않습니다. 평년은 365일이고 365를 60으로 나누면 5가 남으므로, 같은 날짜의 일진은 이듬해에 5칸씩 밀립니다. 윤년이 끼면 6칸이 밀립니다. 둘째, 달마다 날수가 28일에서 31일까지 제각각이라 월 단위로도 일정한 규칙이 서지 않습니다.
- 일진은 연·월과 무관하게 하루 단위로만 순환합니다. 육십갑자 60일이 한 바퀴입니다.
- 달력 체계가 바뀌어도 이 순환은 끊기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가 1896년에 태양력을 채택하면서 날짜 표기가 크게 바뀌었지만, 일진은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 따라서 일주를 구하려면 기준이 되는 하루의 일진을 알고, 거기서 며칠이 지났는지 세어 60으로 나눈 나머지를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계산을 손으로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날짜별 간지를 미리 정리해 둔 책이 필요했고, 그 책이 바로 만세력(萬歲曆)입니다. 오늘날의 만세력 프로그램은 율리우스 적일(JDN)이라는 통일된 일수 체계로 두 날짜 사이의 간격을 세어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4단계 · 시주 — 자시는 23시에 시작한다
시주는 하루 24시간을 열두 지지에 두 시간씩 나눠 배정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첫 칸인 자시(子時)가 0시가 아니라 23시에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열두 칸을 0시부터 세면 모든 시지가 한 칸씩 밀립니다.
| 시지 | 시간대 | 시지 | 시간대 |
|---|---|---|---|
| 자시(子) | 23:00 ~ 00:59 | 오시(午) | 11:00 ~ 12:59 |
| 축시(丑) | 01:00 ~ 02:59 | 미시(未) | 13:00 ~ 14:59 |
| 인시(寅) | 03:00 ~ 04:59 | 신시(申) | 15:00 ~ 16:59 |
| 묘시(卯) | 05:00 ~ 06:59 | 유시(酉) | 17:00 ~ 18:59 |
| 진시(辰) | 07:00 ~ 08:59 | 술시(戌) | 19:00 ~ 20:59 |
| 사시(巳) | 09:00 ~ 10:59 | 해시(亥) | 21:00 ~ 22:59 |
23시 이후 출생과 일주 — 견해가 갈리는 지점
자시가 23시에 시작한다는 것은 곧 하루가 23시에 바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23시 00분부터 23시 59분 사이에 태어난 경우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견해가 갈립니다.
- 다수설 — 23시부터 이미 다음 날로 넘어간 것으로 보고, 일주를 다음 날 간지로 세운 뒤 그 일간을 기준으로 시주를 뽑습니다.
- 야자시론(夜子時論) — 23시부터 자정까지를 야자시로 따로 두어 일주는 당일 것을 그대로 쓰고, 시지만 자(子)로 처리합니다. 자정 이후의 자시는 조자시(朝子時)라 부르며 구분합니다.
시간을 구하는 규칙 — 시두법(時頭法)
시지가 정해지면 시간(時干)은 일간에서 계산으로 나옵니다. 일간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날 자시의 간지가 정해지고, 나머지 시간은 거기서 순서대로 이어집니다. 구결로는 '갑기환가갑(甲己還加甲)'이라 외웠습니다.
| 일간 | 자(子)시의 간지 | 이어지는 순서 |
|---|---|---|
| 갑(甲) · 기(己) | 갑자(甲子) | 을축 → 병인 → 정묘 → 무진 … |
| 을(乙) · 경(庚) | 병자(丙子) | 정축 → 무인 → 기묘 → 경진 … |
| 병(丙) · 신(辛) | 무자(戊子) | 기축 → 경인 → 신묘 → 임진 … |
| 정(丁) · 임(壬) | 경자(庚子) | 신축 → 임인 → 계묘 → 갑진 … |
| 무(戊) · 계(癸) | 임자(壬子) | 계축 → 갑인 → 을묘 → 병진 … |
출생 시각을 보정해야 하는 경우
한국 표준시는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삼는데, 한반도의 실제 중앙 경도는 약 127.5도입니다. 두 경도의 차이가 약 30분이므로 시계의 시각과 실제 태양의 위치 사이에는 그만큼의 간격이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표준시 자체가 과거에 여러 번 바뀌었다는 사실입니다.
| 시기 | 적용된 표준시 | 시각을 다루는 법 |
|---|---|---|
| 1912년 1월 ~ 1954년 3월 | UTC+9 (동경 135도) | 시계 시각을 그대로 씁니다 |
| 1954년 3월 ~ 1961년 8월 | UTC+8:30 (동경 127.5도) | 지금 기준으로 환산하려면 30분을 더합니다 |
| 1961년 8월 ~ 현재 | UTC+9 (동경 135도) | 시계 시각을 그대로 씁니다 |
여기까지가 사주를 세우는 전 과정입니다. 실제로는 절입 시각과 일진을 손으로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만세력 도구로 뽑은 결과를 위 규칙에 비추어 검산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이 사이트의 만세력 도구에 양력 생년월일시를 넣으면 절기와 입춘 보정, 23시 처리를 모두 반영한 네 기둥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