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淸明)은 어떤 절기인가
청명은 맑을 청(淸)에 밝을 명(明)을 씁니다. 겨우내 흐렸던 하늘이 맑아지고 볕이 밝아진다는 뜻이지요. 24절기 중 이름에 날씨나 하늘의 상태가 그대로 들어간 몇 안 되는 절기입니다. 태양 황경이 15도에 이른 시점이고 양력으로는 4월 5일 무렵입니다. 춘분에서 15도를 더 나아간 자리라는 뜻이며, 이 무렵이면 남쪽부터 꽃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봄의 다섯 번째 절기로, 계절의 성격이 확실히 달라지는 지점입니다. 입춘·우수·경칩·춘분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오는 과정이었다면 청명부터는 봄이 정점을 지나 여름 쪽으로 기울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이 무렵부터 기온이 급하게 오르고 논밭 일이 본격화됩니다. 다만 절기의 날짜는 태양의 위치로 정해지므로 해마다 하루 안팎 달라지고, 어느 해의 정확한 절입 시각인지는 한국천문연구원 월력요항을 확인해야 알 수 있습니다.
사주에서 청명이 갖는 뜻
청명은 절(節)이고 진(辰)월을 엽니다. 청명 절입 시각을 지나야 월지가 묘(卯)에서 진(辰)으로 넘어가고, 그 이전이면 4월생이라도 월지는 여전히 묘입니다. 4월 1일부터 4일 사이에 태어난 경우가 특히 갈리기 쉬운 구간이라, 이 시기 출생자는 그해 청명이 정확히 언제 들었는지를 확인해야 월주가 어긋나지 않습니다. 달력의 4월과 사주의 진월은 시작점이 다르다는 점을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청명이 여는 진월은 성격이 독특합니다. 진토는 진·술·축·미 네 개의 창고(四庫) 중 하나이며, 그중 수(水)를 갈무리하는 자리입니다. 지장간은 을(乙)·계(癸)·무(戊)이고 본기는 무토입니다. 을목은 앞 달 묘월에서 넘어온 여기이고, 계수는 이 창고가 물을 품고 있다는 표시이며, 무토가 실제 성질을 대표합니다. 세 오행이 한 글자 안에 섞여 있으니 순도 높은 묘월과는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봄의 마지막 달이 이렇게 복합적인 토로 구성된 것은, 계절과 계절 사이에 완충 구간을 두는 구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월은 목에서 화로 넘어가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목 기운이 아직 남아 있고 흙은 습하며 곧 다가올 여름의 열기를 받을 준비를 하는 상태이지요. 실무에서 진월생 사주를 볼 때 조후(調候), 즉 온도와 습도의 균형을 살피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같은 봄이라도 인월·묘월과 진월은 판단의 초점이 다릅니다. 다만 이것은 계산 구조에 관한 이야기이지 어떤 사람이 어떻게 산다는 예고가 아닙니다.
| 구간 | 월지 | 지장간 |
|---|---|---|
| 경칩 ~ 청명 이전 | 묘(卯) | 갑·을 — 목으로만 채워진 왕지 |
| 청명 ~ 입하 이전 | 진(辰) | 을·계·무 — 세 오행이 섞인 수의 창고 |
옛사람들은 청명을 어떻게 보냈나
청명 이야기를 하려면 한식(寒食)을 함께 말해야 합니다. 한식은 절기가 아니라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로 정해지는 별도의 명절인데, 계산해 보면 대개 청명과 같은 날이거나 하루 차이입니다. 그래서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매한가지'라는 속담이 생겼습니다. 하루 이틀 차이는 결국 다를 바 없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원래는 두 날이 그만큼 붙어 있다는 관찰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 무렵의 대표적인 일은 조상의 산소를 돌보는 것이었습니다. 겨우내 무너진 봉분을 손보고 잔디를 새로 입히는 일을 사초(莎草)라 했는데, 땅이 풀리고 잔디가 살아날 시기라 이때 몰아서 했습니다. 나무를 심는 것도 청명 무렵의 일이었습니다. 뿌리가 활동을 시작하고 비도 적당히 내리는 때라 옮겨 심은 나무가 잘 살기 때문입니다. 논밭 갈이와 채소 파종도 이 시기에 시작됩니다.
- 사초 — 겨울 동안 상한 묘소의 봉분과 잔디를 손보는 일을 이 무렵에 했습니다.
- 나무 심기 — 뿌리가 활동을 시작하는 때라 옮겨 심기에 가장 적당하다고 보았습니다.
- 논밭 갈이 — 흙이 알맞게 풀려 본격적인 밭갈이와 파종이 시작됩니다.
- 한식 — 절기는 아니지만 청명과 붙어 있어 두 날을 한 묶음으로 지냈습니다.
오늘 청명을 읽는 법
청명이라는 이름이 지금 가장 어색해진 절기일지도 모릅니다. 하늘이 맑고 밝아지는 때라는 뜻인데, 최근 4월 초의 하늘은 황사와 미세먼지로 뿌연 날이 잦기 때문입니다. 이름과 실제가 이렇게 정면으로 어긋나는 절기는 드뭅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함께 인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하나는 절기의 이름이 만들어질 당시의 환경을 반영한 기록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환경이 실제로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한편 식목일이 4월 5일로 정해진 것이 청명 무렵과 겹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나무를 심기 좋은 때라는 옛 판단이 근대의 제도에까지 이어진 사례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