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小暑)는 어떤 절기인가
소서는 작을 소(小)에 더울 서(暑)를 씁니다. 작은 더위라는 뜻이고, 보름 뒤에 오는 대서(大暑)와 짝을 이룹니다. 24절기에는 이렇게 소와 대로 짝지어진 이름이 여럿 있습니다. 소서와 대서, 소설과 대설, 소한과 대한이 그렇지요. 정도의 차이를 이름에 새겨 넣어 같은 현상이 깊어지는 과정을 표시한 방식입니다. 태양 황경이 105도에 이른 시점이고 양력으로는 7월 7일 무렵입니다.
실제 한반도에서 이 시기는 장마의 한복판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위보다 습기와 비로 기억되는 절기이기도 합니다. 여름의 다섯 번째 절기이고, 다음이 여름의 마지막인 대서, 그다음은 가을을 여는 입추입니다. 소서부터 입추 전까지가 한 해에서 열기가 가장 두껍게 쌓이는 구간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습니다. 절기의 날짜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해마다 하루 안팎 달라지고, 정확한 절입 시각은 한국천문연구원 월력요항을 따릅니다.
사주에서 소서가 갖는 뜻
소서는 절(節)이고 미(未)월을 엽니다. 소서 절입 시각을 지나야 월지가 오(午)에서 미(未)로 넘어갑니다. 7월 1일부터 6일 사이에 태어났다면 아직 오월인 경우가 많으니, 이 구간 출생자는 그해 소서가 정확히 언제 들었는지를 확인해야 월주가 어긋나지 않습니다. 여름 세 달 가운데 마지막 달을 여는 절기라는 점에서 계절의 마무리 구간으로 들어서는 문에 해당합니다.
소서가 여는 미월은 성격이 복합적입니다. 미토는 진·술·축과 함께 네 개의 창고(四庫) 중 하나이며 목(木)을 갈무리하는 자리입니다. 지장간은 정(丁)·을(乙)·기(己)이고 본기는 기토입니다. 정화는 앞 달 오월에서 넘어온 여기이고, 을목은 이 창고가 목을 품고 있다는 표시이며, 기토가 실제 성질을 대표합니다. 중요한 것은 미토가 여름의 흙이라 뜨겁고 마른 흙이라는 점입니다. 겨울의 젖고 언 흙인 축토와는 성질이 정반대라, 같은 토라도 화 기운에 대한 작용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미월은 화의 열기가 흙으로 갈무리되는 구간으로 읽습니다. 화생토(火生土)의 관계이지요. 여름 세 달을 이어 보면 사월에서 화가 시작되고 오월에서 절정에 이른 뒤 미월에서 저장되는 흐름이 됩니다. 다만 미토가 마른 흙이라 물을 머금지 못하니, 조후 관점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구간으로 봅니다. 이런 판단은 여덟 글자의 균형을 계산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지 미월생의 삶에 대한 예단이 아닙니다.
| 구분 | 미(未) — 여름의 흙 | 축(丑) — 겨울의 흙 |
|---|---|---|
| 지장간 | 정·을·기 | 계·신·기 |
| 창고 | 목(木)의 창고 | 금(金)의 창고 |
| 성질 | 뜨겁고 마른 흙 | 차고 젖은 흙 |
옛사람들은 소서를 어떻게 보냈나
소서 무렵은 밀과 보리 수확이 마무리되는 시기라 밀가루 음식을 해 먹는 풍속이 여러 지역에 전합니다. 밀국수나 밀전병 같은 것들인데, 지금은 계절과 무관한 음식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이 무렵에만 맛볼 수 있는 제철 음식이었습니다. 햇밀이 나오는 때에 맞춰 먹는다는 감각이 있었던 것이지요. 논에서는 김매기가 이어지고, 장마 사이사이 날이 드는 틈에 서둘러 일을 처리했습니다.
복날 이야기를 여기서 짚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초복·중복·말복은 흔히 절기로 오해되지만 24절기에 속하지 않습니다. 절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정해지는 잡절(雜節)로, 초복은 하지가 지난 뒤 세 번째 경(庚)일, 중복은 네 번째 경일, 말복은 입추가 지난 뒤 첫 번째 경일입니다. 소서 무렵이면 대개 초복이 들어 있어 두 가지가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하는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 밀가루 음식 — 햇밀이 나오는 시기라 국수와 전병을 해 먹었습니다.
- 논매기 — 장마 사이 날이 드는 틈에 김매기를 서둘렀습니다.
- 퇴비 장만 — 풀이 무성한 시기라 베어 모아 거름을 준비했습니다.
- 초복 — 복날은 절기가 아니라 하지 뒤 경(庚)일로 정하는 잡절입니다.
오늘 소서를 읽는 법
소서라는 이름은 지금 한국의 7월 초와 잘 맞지 않는 편입니다. 작은 더위라기에는 이미 충분히 덥고, 무엇보다 이 시기의 주인공은 더위보다 장마입니다. 절기가 정리된 중국 화북 지방과 한반도의 여름 기후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어긋남이지요. 최근에는 장마의 양상 자체가 달라져 기간이 들쭉날쭉하고 집중호우 형태로 바뀌는 경향이 있어, 이 절기로 날씨를 가늠하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럼에도 소서와 대서라는 이름이 알려 주는 것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더위는 한순간에 오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쌓이며, 지금이 그 축적의 초입이라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