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망은 왜 생기는가
공망(空亡)은 숫자의 어긋남에서 생깁니다. 천간은 갑부터 계까지 열 글자이고 지지는 자부터 해까지 열두 글자입니다. 이 둘을 앞에서부터 차례로 짝지어 나가면 천간이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지지는 두 글자가 남습니다. 짝을 찾지 못한 이 두 지지가 그 묶음의 공망입니다.
육십갑자를 열 개씩 끊은 묶음을 순(旬)이라 하고, 육십갑자는 여섯 개의 순으로 나뉩니다. 각 순은 갑(甲)으로 시작해 계(癸)로 끝나며, 순이 하나 넘어갈 때마다 공망이 되는 지지가 두 칸씩 앞당겨집니다. 갑자순에서 술·해가 공망이었다면 다음 갑술순에서는 신·유가 공망이 되는 식입니다.
여섯 순과 공망 두 글자
아래 표는 육십갑자 여섯 순과 각 순의 공망을 정리한 것입니다. 자기 일주가 어느 순에 속하는지 찾으면 공망 두 글자가 바로 나옵니다.
| 순(旬) | 범위 | 공망 지지 |
|---|---|---|
| 갑자순(甲子旬) | 갑자 ~ 계유 | 술(戌) · 해(亥) |
| 갑술순(甲戌旬) | 갑술 ~ 계미 | 신(申) · 유(酉) |
| 갑신순(甲申旬) | 갑신 ~ 계사 | 오(午) · 미(未) |
| 갑오순(甲午旬) | 갑오 ~ 계묘 | 진(辰) · 사(巳) |
| 갑진순(甲辰旬) | 갑진 ~ 계축 | 인(寅) · 묘(卯) |
| 갑인순(甲寅旬) | 갑인 ~ 계해 | 자(子) · 축(丑) |
무엇을 기준으로 순을 찾는가
현대 실무에서는 일주(日柱)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일주가 사주의 주체인 일간을 포함한 기둥이기 때문입니다. 일주가 속한 순을 찾아 공망 두 글자를 정한 뒤, 나머지 지지 가운데 그 글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고전에는 년주(年柱)를 기준으로 공망을 정하는 방식도 함께 전합니다. 년주를 가문과 조상의 기둥으로 보던 시대의 관점이 반영된 것입니다. 두 기준을 모두 적용해 각각 무엇이 비었는지 살피는 해석자도 있으므로, 어떤 기준으로 뽑은 공망인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어느 자리가 비었는가
공망은 어느 자리에 들었느냐에 따라 읽는 영역이 달라집니다. 네 기둥을 인생의 시기와 관계에 배정하는 근묘화실(根苗花實)의 관점을 그대로 적용합니다.
| 자리 | 대응 영역 | 공망이 들었을 때 읽는 방향 |
|---|---|---|
| 년지(年支) | 초년 · 조상 · 출신 배경 | 물려받은 기반에 기대기 어렵고 스스로 시작하는 경향 |
| 월지(月支) | 청년기 · 부모 · 사회 기반 | 정해진 궤도보다 자기 방식의 진로를 찾는 경향 |
| 시지(時支) | 말년 · 자녀 · 결과 | 결과를 붙들기보다 과정과 의미에 무게를 두는 경향 |
십성과 겹쳐 보기
공망이 든 자리가 십성으로 무엇에 해당하는지를 함께 보는 방식도 널리 쓰입니다. 비어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좁혀 읽으려는 시도입니다.
| 공망이 든 십성 | 일반적으로 읽는 방향 |
|---|---|
| 재성 공망 | 재물과 소유에 대한 집착이 상대적으로 옅음 |
| 관성 공망 | 지위나 조직의 틀에 매이지 않으려는 성향 |
| 인성 공망 | 정해진 학습 경로보다 독자적인 방식을 택하는 경향 |
| 식상 공망 | 표현과 결과물에 대한 욕심이 크지 않은 편 |
| 비겁 공망 | 무리에 속하기보다 혼자 움직이는 것을 편해함 |
다만 이런 대응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관점입니다. 공망은 오행의 생극이나 십성처럼 원리에서 도출된 이론이 아니라 육십갑자의 구조에서 나온 규칙이므로, 해석의 폭이 넓고 유파에 따라 강조하는 지점이 다릅니다.
공망이 풀리는 조건
공망은 한번 정해지면 끝나는 고정된 표시가 아닙니다. 그 글자가 다른 지지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비어 있는 상태가 해소된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입니다. 이를 해공(解空)이라 합니다.
- 충(沖)을 만나는 경우 — 공망 글자가 충으로 흔들리면 비어 있던 자리가 자극을 받아 채워진다고 봅니다.
- 합(合)을 만나는 경우 — 육합이나 삼합으로 다른 지지와 묶이면 공망의 성질이 옅어진다고 봅니다.
- 대운·세운에서 같은 글자가 들어오는 경우 — 그 시기에 한해 비어 있던 영역이 활성화된다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다만 충을 만났을 때의 해석은 갈립니다. 충이 빈자리를 채운다는 쪽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비어 있는 것을 더 흔들어 불안정해진다고 보는 쪽도 있습니다. 이 사이트는 어느 한쪽을 정답으로 제시하지 않고 두 견해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 둡니다.
공망이 든 지지가 양(陽)인지 음(陰)인지로 무게를 나누는 관점도 있습니다. 양지에 든 공망을 진공(眞空), 음지에 든 것을 반공(半空)이라 하여 작용의 크기를 다르게 보는 방식입니다. 이 구분을 중요하게 쓰는 해석자도 있고 비중을 두지 않는 해석자도 있습니다.
비었다는 것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공망은 이름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는 개념입니다. 비었다, 없어진다는 글자가 붙어 있어 무언가를 잃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명리학에서 공망은 사라짐보다 채워지지 않음에 가깝습니다.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그 영역에 대한 집착이 옅어진다는 쪽으로 읽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공망은 현실 너머의 영역과 연결되기도 했습니다. 세속적 소유에 덜 매이는 성향이 종교·예술·학문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다루는 분야와 어울린다고 본 것입니다. 이 관점에서 공망은 결핍이 아니라 방향의 차이로 해석됩니다.
또 하나 기억할 것은 공망이 든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유불리가 뒤집힌다는 점입니다. 사주에 부담이 되는 글자가 공망을 맞으면 그 부담이 덜어지므로 오히려 다행으로 봅니다. 반대로 용신에 해당하는 글자가 공망이면 필요한 기운을 온전히 쓰기 어렵다고 봅니다. 공망 자체에 길흉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입니다.
자기 공망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점선생의 공망 계산기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생년월일시를 넣으면 일주가 속한 순과 공망 두 글자, 그리고 원국에서 어느 자리가 공망을 맞았는지까지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밤 11시 이후 출생은 일주가 다음 날로 넘어가 공망이 달라지므로 태어난 시각을 정확히 넣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