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雨水)는 어떤 절기인가
우수는 비 우(雨)에 물 수(水)를 씁니다. 글자 그대로 비와 물의 절기인데, 여기서 말하는 비는 여름의 소나기가 아니라 눈이 녹아 물이 되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눈에서 비로 바뀌고, 얼어 있던 땅과 개울이 풀리기 시작하는 시점이라는 뜻입니다. 태양 황경이 330도에 이르렀을 때이고 양력으로는 2월 19일 무렵입니다. 입춘이 지난 지 보름 남짓 지난 자리이지요.
계절의 순서로 보면 우수는 봄의 두 번째 절기입니다. 입춘이 아직 관념적인 시작이었다면 우수는 처음으로 눈에 보이는 변화가 나타나는 지점입니다. 다만 이 무렵 한반도는 여전히 춥고, 오히려 꽃샘추위가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절기가 가리키는 것은 그날의 기온이 아니라 태양이 만드는 큰 흐름의 방향이므로, 우수에 눈이 온다고 해서 절기가 틀린 것은 아닙니다. 매년 어느 시각에 우수가 드는지는 한국천문연구원 월력요항에 실린 값이 기준입니다.
사주에서 우수가 갖는 뜻
먼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수는 중기(中氣)이고, 중기는 월을 열지 않습니다. 사주의 월지가 바뀌는 것은 오직 절(節)에서이고, 인(寅)월은 입춘에 열려 다음 절인 경칩 직전까지 이어집니다. 우수는 그 인월의 한가운데를 표시하는 눈금일 뿐입니다. 우수가 지났으니 월지가 달라졌겠다고 생각하면 계산이 통째로 어긋납니다. 24절기 중 절과 중기가 번갈아 놓이고 그중 절 열두 개만 월을 연다는 구조를, 사주를 볼 때는 가장 먼저 몸에 익혀 두는 편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중기는 사주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첫째로 중기는 태음태양력에서 윤달을 정하는 기준입니다. 달의 주기로 만든 음력 달과 태양의 위치로 만든 절기가 어긋나기 때문에, 한 달 안에 중기가 하나도 들지 않는 달이 생기면 그 달을 윤달로 삼습니다. 무중치윤법(無中置閏法)이라 부르는 규칙이지요. 둘째로 중기는 그 달 기운의 깊이를 가늠하게 해 줍니다. 같은 인월생이라도 절입 직후인지 우수를 지난 뒤인지에 따라 달의 기운이 얼마나 무르익었는지가 다릅니다.
이 두 번째 쓸모는 월률분야(月律分野)라는 관점과 이어집니다. 인월의 지장간 무(戊)·병(丙)·갑(甲)은 한 달 내내 똑같은 비중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절입 직후에는 앞 계절에서 넘어온 무토의 여기(餘氣)가, 그다음에는 병화의 중기가, 그리고 남은 대부분을 본기인 갑목이 맡는 것으로 봅니다. 우수 무렵이면 대체로 갑목 구간에 들어선 시점입니다. 즉 목 기운이 본격적으로 자기 얼굴을 드러내는 자리이지요. 다만 일수 배분은 유파마다 조금씩 달라 절대적인 수치로 다루지는 않습니다.
옛사람들은 우수를 어떻게 보냈나
우수와 관련해 가장 널리 알려진 말은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속담입니다. 우수에서 경칩에 이르는 보름 남짓한 사이에 얼었던 강물이 녹는다는 뜻이고, 아무리 추운 곳이라도 이때가 되면 겨울이 물러난다는 감각을 담고 있습니다. 대동강이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북쪽까지 봄이 닿는다는 표현이지요. 지금도 봄이 오는 시점을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인용되는 속담입니다.
농가에서 우수는 준비의 절기였습니다. 겨우내 손 놓았던 농기구를 꺼내 손질하고, 논밭의 물길을 살피고, 거름을 내는 일이 이 무렵부터 시작됩니다. 장 담그기도 우수 전후에 좋은 날을 잡아 하는 집이 많았습니다. 너무 추우면 발효가 더디고 너무 더워지면 상하기 쉬우니, 얼음이 풀리기 시작하는 이 시기가 적당하다고 여긴 것입니다. 요란한 행사보다 조용한 채비가 어울리는 절기였던 셈입니다.
오늘 우수를 읽는 법
우수를 지금 읽는 가장 정직한 방법은, 이 절기를 날씨 예보가 아니라 방향 표시로 보는 것입니다. 2월 하순의 한반도는 여전히 춥고 꽃샘추위도 남아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2월에 봄 같은 날이 며칠씩 이어지다가 3월에 다시 눈이 오는 식으로 계절의 순서가 흔들리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절기와 체감이 어긋나는 것은 이제 예외가 아니라 흔한 일입니다. 그래도 우수라는 눈금이 알려 주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태양은 이미 방향을 틀었고, 낮은 매일 조금씩 길어지고 있으며, 그 누적이 결국 계절을 바꾼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