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秋分)은 어떤 절기인가

추분(秋分)의 추(秋)는 가을, 분(分)은 나눈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나누는가 하면 낮과 밤입니다. 태양이 천구의 적도를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로지르는 순간이 추분이고, 이때 태양 황경은 정확히 180도가 됩니다. 양력으로는 9월 23일 무렵입니다. 황경 0도인 춘분과 정확히 반대편에 놓인 자리로, 이 두 지점을 이어 놓으면 한 해의 좌표가 잡힙니다. 그해의 정확한 절입 시각은 한국천문연구원 월력요항이 기준입니다.

추분은 가을의 한가운데이자 방향이 바뀌는 문턱입니다. 이날을 지나면 낮이 밤보다 짧아지고, 그 격차는 동지까지 계속 벌어집니다. 음양의 언어로 옮기면 양(陽)과 음(陰)이 같아졌다가 음이 우세해지기 시작하는 지점입니다. 하지에서 정점을 찍은 양기가 여기서 절반까지 내려왔다고 보는 셈이지요. 기온으로는 아직 견딜 만하지만, 빛의 양으로 보면 이미 겨울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자리입니다.

사주에서 추분이 갖는 뜻

추분은 중기(中氣)입니다. 월지를 바꾸지 않습니다. 유(酉)월을 연 것은 9월 8일 무렵의 백로이고, 추분은 그 유월의 한가운데를 표시할 뿐입니다. 추분에 태어났다면 월지는 유(酉)이며, 그 유월은 한로 직전까지 이어집니다. 낮과 밤이 뒤집히는 극적인 날이라 무언가 큰 전환이 일어날 것 같지만, 만세력 계산에서 추분은 경계가 아닙니다. 이 구분을 흐리면 월주가 통째로 틀어지므로 절과 중기의 자리는 외워 두는 편이 낫습니다.

그렇다면 중기는 어디에 쓰이는가. 태음태양력이 윤달을 놓는 기준이 중기입니다. 달의 주기로 만든 열두 달은 태양의 한 해보다 열흘 남짓 짧아 계절과 어긋나는데, 중기가 들지 않는 달을 윤달로 삼아 이 오차를 흡수했습니다. 절이 명리의 월을 가르고 중기가 음력의 달을 정돈하는 분업이라고 이해하면 정확합니다.

추분이 놓인 유월은 지장간이 경(庚)과 신(辛)뿐인 순수한 금의 자리입니다. 추분 무렵이면 절입에서 보름쯤 지난 구간이라 본기인 신금이 힘을 쓰는 때로 봅니다. 신금은 잘 벼려진 금속에 비유되어 정밀함과 예리함으로 읽히는데, 다른 오행이 섞이지 않는 만큼 그 성질을 완충해 줄 장치가 사주 안에 있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화(火)로 다듬거나 수(水)로 흘려보내는 구조가 있는지를 살핍니다.

옛사람들은 추분을 어떻게 보냈나

추분은 거두는 절기입니다. 논에서는 벼가 익어 수확을 준비하고, 밭에서는 목화와 고추를 따서 볕에 말렸습니다. 겨울에 먹을 것을 갈무리하는 일도 이때 몰렸습니다. 호박고지와 박고지를 썰어 널고, 고구마순과 깻잎을 삶아 말리며 나물을 장만했습니다. 볕이 좋고 습기가 적어 무엇이든 말리기에 알맞은 때였기 때문입니다.

나라에서는 춘분과 추분에 노인성(老人星)에 제사를 지냈습니다. 남쪽 하늘 낮게 뜨는 이 별을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 국가 차원의 제례를 올린 것입니다. 낮과 밤이 같아지는 두 날을 대칭으로 삼아 같은 의례를 배치했다는 점에서, 추분이 단순한 농사 절기를 넘어 역법의 기준점으로 대접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나물 말리기 — 호박고지·박고지·고구마순 따위를 널어 겨울 찬거리를 준비했습니다.
  • 목화와 고추 거두기 — 볕이 좋아 말리기에 알맞은 때였습니다.
  • 노인성제 — 춘분과 추분에 장수를 비는 제사를 올렸습니다.

오늘 추분을 읽는 법

추분에 낮과 밤의 길이가 정확히 같아진다는 설명은 사실 조금 어긋납니다. 실제로 관측해 보면 추분 당일에도 낮이 몇 분쯤 더 깁니다. 일출과 일몰을 태양의 윗변이 지평선에 닿는 순간으로 정의하는 데다, 대기의 굴절 때문에 태양이 지평선 아래 있을 때도 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낮과 밤이 실제로 같아지는 날은 추분보다 며칠 뒤에 옵니다. 절기가 정의하는 것은 관측된 낮의 길이가 아니라 태양이 천구 적도를 지나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