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白露)는 어떤 절기인가
백로(白露)는 흰 백(白)에 이슬 로(露)를 씁니다. 밤 기온이 내려가면서 풀잎과 나뭇잎에 흰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오행에서 가을을 흰색에 배당하기 때문에 그 흰빛이 이름에 들어왔다는 설명도 함께 따라붙습니다. 태양 황경 165도에 해당하고 양력으로는 9월 8일 무렵에 듭니다. 절기의 날짜는 태양의 위치에 매여 있어 해마다 하루 안팎 달라지므로, 그해 절입 시각은 한국천문연구원 월력요항을 확인해야 합니다.
백로는 가을 여섯 절기 가운데 세 번째이자 두 번째 절(節)입니다. 처서를 지나며 꺾이기 시작한 더위가 여기서 한 단계 더 물러나고,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크게 벌어집니다. 이슬이 맺힌다는 것은 밤새 지표가 식어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이슬점 아래로 내려간다는 뜻이니, 이름 자체가 일교차를 가리키는 기상 관측 기록인 셈입니다. 하늘이 부쩍 높아 보이고 볕이 투명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사주에서 백로가 갖는 뜻
백로는 절(節)이고, 유(酉)월을 엽니다. 명리에서 월주의 지지는 달력의 월이 아니라 절입 시각으로 갈리므로, 백로 절입을 지나야 월지가 신(申)에서 유(酉)로 넘어갑니다. 여기서 실수가 자주 나옵니다. 달력으로 9월생이면 당연히 유월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9월 1일부터 백로 직전까지 태어난 사람의 월지는 여전히 신월입니다. 반대로 9월 말에 태어났다면 추분을 지났더라도 월지는 그대로 유월입니다. 추분은 중기라 월을 바꾸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월은 금 기운이 가장 순수해지는 자리입니다. 유(酉)의 지장간은 경(庚)과 신(辛) 둘뿐이어서 다른 오행이 섞이지 않습니다. 자·묘·오와 함께 왕지(旺支)에 속하는 글자답게 성질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대신 완충해 줄 다른 기운이 없다는 뜻도 됩니다. 백로에 열린 유월은 가을의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구간이므로, 이 시기에 태어난 사주는 금이 왕성한 구조에서 출발한다고 보고 신강·신약과 조후를 함께 살핍니다.
옛사람들은 백로를 어떻게 보냈나
백로는 벼가 이삭을 패고 여무는 시기와 겹칩니다. 이 무렵까지 이삭이 나오지 않은 논은 그해 수확을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백로를 벼의 생육을 가늠하는 기준점으로 삼았습니다. 늦게 모를 낸 논을 두고 애를 태우는 이야기가 이 절기의 기록에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볕과 일교차가 함께 필요한 시기라 맑은 날씨를 반겼습니다.
과일로는 포도가 이 절기의 얼굴입니다. 옛 편지글에서 백로부터 추석 무렵까지를 포도순절(葡萄旬節)이라 불러 계절 인사로 삼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여름내 익은 것과 가을에 거둘 것이 겹치는 시기라, 들에서는 수확 준비를 하고 집에서는 겨울 채비를 시작했습니다.
- 포도순절 — 백로에서 추석 사이를 이르던 계절 표현입니다.
- 벼 이삭 살피기 — 이 무렵까지 이삭이 패야 여문다고 보았습니다.
- 일교차 반기기 — 밤이 서늘해야 곡식과 과일의 단맛이 든다고 여겼습니다.
오늘 백로를 읽는 법
요즘의 백로는 이름만큼 서늘하지 않습니다. 늦더위가 9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해가 늘면서 이슬이 맺히기는커녕 열대야가 남아 있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 절기에서 여전히 유효한 신호가 하나 있습니다. 일교차입니다. 낮 최고기온이 높게 유지되더라도 새벽 최저기온은 이 무렵부터 뚜렷하게 내려가서, 하루 안에서 온도가 벌어지는 폭이 커집니다. 농작물의 당도가 오르고 환절기 감기가 도는 것도 기온의 절대값보다 이 차이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