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處暑)는 어떤 절기인가

처서(處暑)의 처(處)는 머무르다·그친다는 뜻이고 서(暑)는 더위입니다. 더위가 한자리에 머물다 물러난다는 말로 풀이합니다. 태양 황경 150도에 해당하며 양력으로는 8월 23일 무렵입니다. 스물넷 가운데 열네 번째로 입추와 백로 사이에 놓입니다. 절기는 태양의 위치로 정해지는 눈금이라 해마다 날짜가 하루쯤 앞뒤로 움직이고, 그해의 정확한 절입 시각은 한국천문연구원 월력요항으로 확인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스물네 절기 가운데 이름값을 가장 잘 한다는 평을 듣는 절기입니다. 아침저녁 공기의 온도가 실제로 내려가고, 한낮 햇볕의 각도가 낮아지면서 그늘이 길어집니다. 여름 내내 기세를 올리던 풀도 이때부터 자라는 속도가 뚝 떨어져서, 처서가 지나면 벌초를 해도 풀이 다시 크게 오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다만 태풍이 잦은 시기와 겹쳐, 옛사람에게는 한 해 농사의 마지막 고비이기도 했습니다.

사주에서 처서가 갖는 뜻

처서는 중기(中氣)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갈라 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명리에서 월지를 바꾸는 것은 절(節)이고 중기는 월을 열지 않습니다. 신(申)월을 연 것은 입추이고, 처서는 그 신월의 한가운데를 표시하는 눈금일 뿐입니다. 처서에 태어났다고 월지가 유(酉)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신월은 입추부터 백로 전까지 이어지며 처서는 그 안쪽에 있습니다. 중기가 월을 바꾼다고 적힌 설명을 만난다면 그것은 잘못된 서술입니다.

그렇다고 중기가 쓸모없는 것은 아닙니다. 태음태양력에서 윤달을 정하는 기준이 바로 중기이기 때문입니다. 달의 차고 이지러짐으로 만든 한 달은 태양의 한 해와 어긋나므로, 중기가 들지 않는 달을 윤달로 삼아 그 어긋남을 메웠습니다. 명리가 절로 월을 가르고 음력이 중기로 윤달을 놓는 이 두 규칙이 절기력을 지탱하는 두 축입니다.

처서가 놓인 신월의 지장간은 무(戊)·임(壬)·경(庚)입니다. 절기력에서 지장간은 절입 이후 며칠이 지났는지에 따라 여기·중기·본기 순으로 사령한다고 보는데, 처서 무렵이면 대체로 본기인 경금 구간에 들어섭니다. 금 기운이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내는 자리인 셈입니다. 실제 기온이 꺾이는 시점과 겹쳐 읽기 좋지만, 지장간의 날짜 배분은 관습적인 구획이지 물리적 계측이 아니라는 점은 함께 기억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구분절(節)중기(中氣)
개수12개12개
월지바꾼다바꾸지 않는다
신(申)월의 경우입추가 연다처서가 한가운데를 표시한다
다른 쓰임월주 계산의 경계음력 윤달 배치의 기준
처서는 오른쪽 칸에 속합니다.

옛사람들은 처서를 어떻게 보냈나

처서를 대표하는 말은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입니다. 이 무렵이면 모기의 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데서 나온 표현이지요. 반대로 이날 비가 오는 것은 꺼렸습니다. 처서에 비가 오면 십 리에 곡식 천 석을 감한다는 말이 전해지는데, 익어 가는 벼가 비를 맞으면 여물지 못한다는 경험이 그대로 담긴 셈입니다.

볕이 좋아지는 절기라 말리는 일도 많았습니다. 장마에 눅눅해진 옷과 책을 꺼내 바람과 볕에 쬐는 포쇄(曝曬)가 대표적입니다. 관청에서는 보관하던 서책을, 집에서는 옷가지와 이불을 널었습니다. 풀의 기세가 꺾이는 때이므로 조상 산소의 벌초도 이 무렵부터 시작했습니다.

  • 포쇄 — 여름 장마에 눅눅해진 책과 옷을 볕에 말렸습니다.
  • 벌초 — 풀이 더 자라지 않는 때라 산소를 정리하기 좋았습니다.
  • 처서에 비가 오면 십 리에 천 석을 감한다 — 익는 곡식에 비가 해롭다는 뜻입니다.
  •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 — 여름 벌레의 기세가 꺾이는 시기를 이르는 말입니다.

오늘 처서를 읽는 법

요즘은 처서가 지나도 늦더위가 길게 이어져 처서 매직이 사라졌다는 말이 해마다 나옵니다. 실제로 기록적인 폭염이 9월까지 밀리는 해가 늘었습니다. 그렇다고 절기가 틀린 것은 아닙니다. 처서는 태양이 황경 150도를 지난다는 사실을 가리킬 뿐, 그날의 기온을 약속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밤 길이가 길어지며 복사냉각이 강해지는 시기와 겹치는 것은 지금도 유효해서, 낮 최고기온보다 새벽 최저기온에서 변화가 먼저 나타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