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立冬)은 어떤 절기인가
입동(立冬)의 입(立)은 세운다, 동(冬)은 겨울입니다. 겨울을 세운다는 뜻으로 입춘·입하·입추와 함께 사립(四立)을 이룹니다. 태양 황경 225도에 해당하고 양력으로는 11월 7일 무렵에 듭니다. 스물넷 가운데 열아홉 번째이자 겨울 여섯 절기의 첫머리입니다. 절기의 날짜가 해마다 하루 안팎 흔들리는 것은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며, 그해의 정확한 절입 시각은 한국천문연구원 월력요항을 확인해야 합니다.
입동 무렵의 한국은 겨울이라 부르기엔 이른 날씨인 경우가 많습니다. 낮에는 볕이 따뜻해 늦가을에 가깝고, 단풍이 아직 남아 있는 해도 흔합니다. 그래도 이 절기가 겨울의 시작인 이유는 기온이 아니라 태양의 위치에 있습니다. 하지에서 정점을 찍은 낮의 길이가 여기서 상당히 줄어들어 있고, 동지를 향해 계속 짧아지는 중입니다. 실제 추위보다 빛의 감소가 먼저 겨울을 알린다고 이해하면 정확합니다.
사주에서 입동이 갖는 뜻
입동은 절(節)이고 해(亥)월을 엽니다. 입동 절입 시각을 지나야 월지가 술(戌)에서 해(亥)로 넘어갑니다. 11월생이라고 모두 해월이 아닙니다. 11월 1일부터 입동 직전까지 태어났다면 월지는 앞 달인 술월입니다. 반대로 11월 말 소설을 지나 태어났더라도 월지는 여전히 해월인데, 소설이 중기라 월을 바꾸지 않기 때문입니다. 해월은 입동에 열려 12월 7일 무렵의 대설 직전까지 이어집니다.
해월은 수(水) 기운이 시작되는 자리입니다. 해(亥)의 지장간은 무(戊)·갑(甲)·임(壬)으로, 여기의 무토는 술월에서 넘어온 흙이고 본기는 임수입니다. 눈여겨볼 것은 중기의 갑목입니다. 겨울로 들어서는 자리에 이미 다음 봄의 나무가 씨앗으로 들어 있다는 뜻이고, 해묘미 삼합이 목국(木局)을 이루는 출발점이 해인 근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해수는 차갑기만 한 물이 아니라 무언가를 키울 준비가 된 물로 읽습니다.
옛사람들은 입동을 어떻게 보냈나
입동은 겨울 채비의 신호였습니다. 가장 큰 일은 김장입니다. 옛말에 입동 전에 김장을 해야 제맛이 난다고 했는데, 너무 이르면 익어 물러지고 너무 늦으면 채소가 얼기 때문입니다. 배추와 무를 뽑아 절이고, 시래기를 엮어 처마에 걸고, 곡식과 땔감을 갈무리하는 일이 이 무렵에 몰렸습니다.
마을에서는 노인을 대접하는 풍습이 전해집니다. 입동 무렵 마을 노인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던 치계미(雉鷄米), 개울에서 잡은 것으로 국을 끓여 나누던 도랑탕 잔치 같은 이름이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겨울로 들어서는 자리에서 마을 공동체가 함께 밥을 나누던 셈입니다. 음력 시월을 상달이라 하여 집안의 고사를 지내고 시루떡을 나누는 일도 이 시기와 겹칩니다.
- 김장 — 입동 앞뒤가 김장의 적기로 여겨졌습니다.
- 치계미와 도랑탕 잔치 — 마을 노인을 대접하던 풍습입니다.
- 상달 고사 — 음력 시월에 시루떡을 쪄 집안의 안녕을 빌었습니다.
- 입동 보기 — 이날 날씨로 그해 겨울 추위를 가늠해 보던 풍속입니다.
오늘 입동을 읽는 법
요즘의 김장 시기는 입동보다 늦어졌습니다. 11월 기온이 예전보다 높게 유지되면서 김장 적기가 뒤로 밀리는 경향이 뚜렷하고, 지역에 따라 12월에 담그는 집도 많습니다. 입동을 김장의 절대 기준으로 삼기보다, 옛사람들이 왜 이 무렵을 골랐는지를 읽는 편이 유용합니다. 배추가 얼기 전이면서 김치가 서서히 익을 만큼 서늘한 구간을 찾은 것이니, 그 조건을 오늘의 기온에 대입하면 됩니다.